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민간 주도의 디지털 자산이라면, CBDC는 국가가 발행하고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다. 현금이 줄어들고 결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각국은 새로운 통화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개국이 파일럿 테스트와 정책 설계를 병행 중이다.
CBDC는 단순히 '전자화폐'로 오해되기 쉽지만, 그 영향력은 단순 결제를 넘어 금융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
1. 왜 CBDC인가?
CBDC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다음과 같다.
현금 사용 감소 대응: 모바일 결제와 카드 사용이 증가하며 실물 현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현금 기반 금융 정책이 점점 효과를 잃어가면서, 디지털화된 통화 수단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결제 시스템 혁신: 민간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결제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목적도 있다.
금융포용성 제고: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디지털 화폐를 통해 금융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통화정책의 정밀성 향상: 디지털 통화는 실시간으로 유통량, 소비 행태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통화정책 집행에 정밀함을 더할 수 있다.
2. 각국의 움직임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e-CNY)를 가장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미 수천만 명이 시험 사용을 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에 대한 설계를 진행 중이며, 2026년까지 발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미국 연준은 상대적으로 신중하지만, 리테일용 CBDC와 도매용 CBDC의 가능성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2021년부터 CBDC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기술력과 정책 설계를 병행하고 있다.
3. CBDC가 가져올 변화
CBDC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금융중개 구조 변화: 개인이 중앙은행 계정에서 직접 돈을 보관할 수 있게 되면, 상업은행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 이는 예금 유출과 대출 기능 약화라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통화정책의 새로운 무기: 실시간으로 디지털 화폐 유통량을 조절하거나, 특정 조건부로 '목적화폐'를 지급하는 등 정밀한 정책 수단이 가능해진다.
국경 간 결제 혁신: 현재 복잡하고 느린 해외 송금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단순화할 수 있으며, 디지털 화폐 간의 직접 교환도 가능해진다.
사이버 보안과 사생활 보호: CBDC의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정부가 모든 거래를 추적할 수 있다’는 우려다. 따라서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과 법적 제도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
4. CBDC의 과제와 한계
CBDC 도입은 장밋빛 미래만을 약속하지 않는다. 다음과 같은 과제들이 존재한다.
기술적 안정성: 대규모 거래를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사이버 공격에 대한 대비책도 필수다.
금융시스템 안정성: CBDC로 인한 예금 유출 현상은 금융시장 전체의 유동성을 위협할 수 있다.
정치적·사회적 논의: 통화 주권, 개인 정보 보호, 공공 vs 민간 역할 등 복합적인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CBDC는 단순한 결제 수단의 진화를 넘어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화폐'의 정의를 재편할 혁신이다. 앞으로 5~10년 안에 우리가 사용하는 돈은 지금과 전혀 다른 형태일 수 있다. 이 거대한 전환에 앞서, 우리는 기술적 가능성뿐만 아니라 철학적 질문에도 답을 준비해야 한다. ‘화폐란 무엇인가’, ‘누가 돈을 통제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 말이다.
'경제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공지능과 노동시장 — 기회인가 위기인가? (3) | 2025.04.11 |
---|---|
위기의 그림자 —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 가능성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 (3) | 2025.04.08 |
부채의 늪 —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그림자 (0) | 2025.04.07 |
실질금리의 역설 — 금리는 올랐는데 왜 체감 경제는 나아지지 않을까? (0) | 2025.04.06 |
공급망 재편의 시대 —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축이 바뀐다 (0) | 2025.04.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