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9 인공지능과 노동시장 — 기회인가 위기인가? 인공지능(AI)이 본격적으로 산업 전반에 확산되면서,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고용 구조, 직업의 정의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챗봇, 자동화된 회계 시스템, 자율주행차, 로봇 배달 서비스 등은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AI는 우리 곁에서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완하고 있으며, 이는 고용 시장 전반에 걸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하지만 AI의 등장이 노동을 파괴하는 것일까, 아니면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진화일까? 오늘은 이 질문을 중심으로 AI가 경제와 고용 시장에 미치는 다층적인 영향을 살펴보려 한다.1. 자동화의 가속 — 단순 직무부터 타격가장 먼저 AI의 영향을 받는 직업군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다. 예를 들어 콜센터, 단순 데이터 입력, 정형화된 회계 및 행정업무.. 2025. 4. 11. 디지털 화폐의 미래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바꾸는 금융 생태계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가 민간 주도의 디지털 자산이라면, CBDC는 국가가 발행하고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다. 현금이 줄어들고 결제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각국은 새로운 통화 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개국이 파일럿 테스트와 정책 설계를 병행 중이다.CBDC는 단순히 '전자화폐'로 오해되기 쉽지만, 그 영향력은 단순 결제를 넘어 금융의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있다.1. 왜 CBDC인가?CBDC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은 다음과 같다.현금 사용 감소 대응: 모바일 결제와 카드 사용이 증가하며 실물 현금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현금 기반 금융 .. 2025. 4. 9. 위기의 그림자 —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붕괴 가능성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상업용 부동산(Commercial Real Estate, CRE)**이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의 확산, 오프라인 소비 위축, 금리 인상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세계 각국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상업용 부동산은 단순한 오피스나 쇼핑몰을 넘어, 금융 시스템과 도시 경제의 기반을 이루는 핵심 자산이다. 이 시장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단순히 건물 가격 하락에 그치지 않고 은행권 부실, 고용 감소, 지방 재정 위기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1.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변화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도심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다. 미국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유럽의 주요 도시뿐만 아.. 2025. 4. 8. 부채의 늪 — 가계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그림자 한국 경제는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그 이면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라는 거대한 리스크가 도사리고 있다. IMF와 BIS(국제결제은행) 등의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 속하며, 이는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경제의 구조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1. 가계부채의 구조와 원인가계부채는 말 그대로 개인이나 가계가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돈, 즉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학자금 대출 등을 모두 포함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이 부채 증가의 핵심 동인이다.또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대출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낮아졌고, 코로나19 이후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와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도 부채 급증에 일조했다. 그 결과, 현재 한.. 2025. 4. 7. 실질금리의 역설 — 금리는 올랐는데 왜 체감 경제는 나아지지 않을까? 최근 수년간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금리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의 회복은 더디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여기엔 중요한 개념 하나가 작용한다. 바로 ‘실질금리(Real Interest Rate)’다.1. 실질금리란 무엇인가?금리는 명목금리(Nominal Rate)와 실질금리로 나뉜다. 우리가 흔히 듣는 기준금리나 대출금리는 명목금리이며, 이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다. 반면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차감한 값으로, 실제 자금의 구매력 변화와 관련된다.예를 들어, 명목금리가 5%인데 인플레이션이 4%라면 실질금리는 1%가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6%라면 실질금리는 -1%로, .. 2025. 4. 6. 공급망 재편의 시대 —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축이 바뀐다 팬데믹, 지정학적 갈등,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효율성’에 중점을 두던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 모델은 이제 ‘복원력(resilience)’과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이라는 새로운 기준에 직면해 있다. 세계는 지금 공급망의 대전환기에 들어섰다.1.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와 재설계코로나19 팬데믹은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 우한의 공장 하나가 멈추면서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고, 반도체 부족은 스마트폰부터 냉장고까지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웠고,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 2025. 4. 5. 디지털 화폐의 도전 —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바꿀 금융 생태계 현금 없는 사회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신용카드, 간편결제, 모바일 뱅킹은 이미 많은 국가에서 일상화되었고, 이에 더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직접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인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결제 수단의 전환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CBDC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다. 지폐와 동등한 가치를 가지며, 국가가 보장하는 안정성과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기존의 전자화폐나 암호화폐와 명확히 구분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은 분산원장 기반으로 민간에서 발행되며 가격 변동성이 크고, 법정통화로 인정받지 못하는 반면, CBDC는 법적으로 통화로 인정되며 가.. 2025. 4. 4.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의 미래는 어디로 가는가?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무기로 산업 구조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하지만 AI의 확산은 동시에 노동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초래하며, ‘일자리의 미래’라는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는 단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산업혁명 이후 반복되어온 기술 발전과 노동시장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봐야 한다. 기계가 노동을 대체할 때마다 새로운 일자리 역시 생겨났고, 노동의 본질도 변화해 왔다. 문제는 이번 AI 혁신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수 있다는 데 있다.AI는 단순 반복 업무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판단과 분석이 요구되는 화이트칼라 업무까지 대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콜센.. 2025. 4. 4. 금리 인상의 그늘 — 가계 경제에 드리운 복합적 충격 최근 몇 년간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잇달아 금리를 인상해 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포함해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를 수차례 올리며 인플레이션 대응에 나섰다. 이러한 금리 인상은 거시경제 안정화라는 측면에선 필수적인 정책 도구지만, 그 여파는 각 경제 주체에 상이하게 작용한다. 특히 가계 부문은 단기적으로도 심각한 충격을 받기 쉽다.첫째로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변동금리 기반의 금융상품 보유 가구는 직접적인 이자 부담 증가를 겪는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3억 원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가구는 연간 수백만 원의 추가 이자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이는 곧 소비 여력의 축소로 이어지며, 내수 경기 위축으로 파급될 수 있다.둘째, 금리 인상은 부동산.. 2025. 4. 4. 이전 1 다음